궤렌시아 –자아 회복의 장소를 찾아서

“삶에서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매일 매일이 단조로워 주위 세계가 무채색으로 보일 때,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아 심장이 무너질 때, 혹은 정신이 고갈되어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렸을 때, 그때가 바로 자신의 퀘렌시아를 찾아야 할 때이다. 그곳에서 누구로부터도, 어떤 계산으로부터도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 자유 영혼의 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자아를 회복하는 삶이다(p 8).”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류시화- 더숲

이런 글을 읽고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다. 그런데 성도는 주님과 동행한다. 주님과 동행하는 자가 자아를 회복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스도의 영이 임한 사람이 성도요,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사는 자가 성도인데, 자아를 회복할 필요가 있을까?

갈라디아서 2:20절을 보자.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노라. 그러나 내가 아니요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느니라. 그런데 이제 내가 육체 안에서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상태가 성도의 상황이다. 킹제임스흠정역이 제대로 번역했다. 오늘날 교회는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를 과거형으로 만들었다. 동사직설법완료수동태다.

여기에서 ‘그리스도’라는 용어가 매우 중요하다.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예수를 하나님이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다(행 2:36). 마태복음 16:16절과 마가복음 8:29절에서 “당신은 그리스도.”라고 고백한다. 헬라어 성경에는 “주”라는 단어가 없고 “당신”이라는 단어로 되어 있다. 사도행전 2:36절에 근거하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예수님이 주와 그리스도가 되셨다. 베드로의 고백은 예루살렘에 올라가 잡히시고 고난받으시고 죽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사단이라 하셨고,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는 자가 아니라 사람의 일을 생각한다고 하셨다. 사람의 생각이 곧 사단의 생각이다. 베드로의 자아다. 자아를 회복하는 장소를 찾는 자들은 하나님의 일 곧 십자가를 생각하는 자가 아니라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 자다.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자아를 회복할 이유가 있는가? 성도는 주님의 증인이다. 한시도 증인 아닌 적이 없다.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상황을 이렇게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있다.”고 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있다면 그게 사는 것인가? 산다는 것이다. 어떻게 사는가?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다.” 이 말을 달리 표현하면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있다”는 말이다. 예수님과 예수님 좌우편의 십자가를 하나로 합쳤다는 말이다. 골고다에 있는 세 개의 십자가가 성도의 몸을 통해 이동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육체 안에서 산다.”라고 한다. 사도바울은 성령으로 난 자의 안목과 육신으로 난 자의 안목을 모두 갖고 있기에 이렇게 말한다. 육체 안에서 살지만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해 자신을 주신 하나님의 아들의 믿음으로 산다고 한다. 여기에서 ‘나’는 누군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나’다. ‘내가 사는 것이 아닌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나’다. 글을 제대로 읽기를 바란다.

‘아들의 믿음’은 로마서에서도 나온다. “그것은 곧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모든 자에게 미치고 믿는 모든 자 위에 임하는 하나님의 의니 거기에는 차별이 없느니라(롬 3:22).” 킹제임스흠정역이다. 개역개정이나 표준새번역, 공동번역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번역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구원이 행위로냐, 믿음으로냐의 싸움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번역함으로 믿음을 내가 믿는 믿음으로 바꾼 것이다. 성령의 일은 사람이 할 수 없다.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른다(롬 10:10)고 하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하지만 “기록된 바 의인은 없나나 하나도 없으며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다 치우쳐 함께 무익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 그들의 목구멍은 열린 무덤이요 그 혀로는 속임을 일삼으며 그 입술에는 독사의 독이 있고 그 입에는 저주와 악독이 가득하고 그 발을 피 흘리는데 빠른지라 파멸과 고생이 그 길에 있어 평강의 길을 알지 못하였고 그들의 눈앞에 하나님을 두려워함이 없느니라 함과 같으니라(롬 3:10-18).”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며 하나님의 영광이 이르지 못하더니(롬 3:23).”

모순되는 말씀을 일치시키는 방법은 십자가 뿐이다. 그런데 인간들은 자신의 행위인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고 주장한다.

아들의 믿음은 십자가다. 성도가 육체 가운데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십자가의 증인이기 때문이다. 아들의 믿음이 나오려면 반드시 육체 안에서 살아야 한다. 성도가 이 땅에 사는 이유다.

자아 회복의 장소를 찾겠다는 것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자가 아님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다. 오늘날 교인들이나 목사가 자신이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죽고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을 보여 주는 나를 원치 않는다. 설교는 성도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설교여야 하는데, 자아를 더 강하게 만드는 설교를 한다.

이들은 예수님 홀로 지신 십자가로 만든다. 아니면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다가, 예수님은 십자가에 두고 자신은 십자가에서 내려와 하나님 아들다운 면모를 보여 주려고 한다.

오늘날 교회는 예수님을 조롱하는 한 편에 달린 강도의 요구를 들어주는 교회다. 그래서 십자가 지신 주님 앞에 긍휼만 구하는 자들을 생산하는 설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이용해 자아를 더 강하게 만드는 설교를 한다. 그 누구도 구원받은 강도가 되기를 원하지만, 정작 구원받은 강도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